물먹는 하루 10

[수영일기] 11. 용기가 필요할 땐?

오늘은 음파 발차기를…하겠지?아직 물을 많이 무서워하는 탓에 선생님이 수업 두 번 동안 고개 들고 발차기만 시키셨다. 두 수업 동안 발차기만 했으니, 이번에는 고개를 물속에 집어넣고 음파 숨을 쉬며 발차기하는 걸 시키실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음파 발차기. 넘어야 할 산인 건 알지만, 음파 발차기를 할 생각만 해도 왠지 수영에 가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으니, 이때 필요한 건 생각의 전환! 한 숟갈 정도의 용기!(이자 약간의 최면…)난 수영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새 수영복을 입으러 가는 거다!마침 노란 바탕에 오리 자수가 뿅뿅 올라와있는 수영복을 개시할 때가 됐다.-매일 쓰기… 느므 어렵네요!!! 진짜 도전이었다!

물먹는 하루 2024.11.18

[수영일기] 09. 다시 깊은 물로 가보자!

이번엔 처음부터 일반풀로 갔다. 깊은 물에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이 깊은 물에 계속 몸을 담궈봐야 하니까. 킥판 두 개를 손에 쥐고, 고개를 물 밖으로 둔 상태로 발차기를 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여전히 앞으로 5cm도 안 나가는 느낌이고, 여전히 무서웠다. 앞으로만 좀 쭉쭉 나가면 덜 무서울까 싶어서 레인 시작점에서 한 명, 한 명 올 때마다 지도 하고 있는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발로 계속 차는데 안 나가는 건 왜 그러는 거예요?” “몸에 힘을 줘서 그래요.” 다리 힘이 약해서 그런다던가, 발을 좀 더 세게 차야된다던가. 이런 말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였다. 몸에 계속 힘이 들어간 거 때문에 저번부터 발차기로 몇 바퀴 돌고나면 목과 허리가 아팠는데, 세게 찬다고 앞으로 나..

물먹는 하루 2024.11.16

[수영일기] 08. 나에겐 킥판과 등딱지가 있다

수영을 시작한 이래로(며칠 밖에 안 됐긴 하지만) 수영장에 가기 싫은 건 처음이었다. 깊은 물의 무서운 맛을 한 번 보고 나니 ‘내가 정말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의심과 의문이 들면서, 민망하지만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 거에 비해 너무 금방 수영을 그만두게 되는 건 아닐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이대로 그만두는 건 아쉬워서 강습 시간에 맞춰서 수영장에 갔다. 대신, 머릿속으로 30번쯤 연습한 말을 선생님께 내뱉었다. “저 너무 무서워서 그런데, 혹시 유아풀에 좀 더 있어도 될까요?” 선생님은 그래도 된다고 하시면서, 초보 레인도 같이 가르치기 때문에 유아풀 쪽으로는 자주 못 간다고 알려주셨다. 거기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무서워한다고 생각하셨는지 (무려) 킥판 3개와 거북이 등딱지 같이 생긴 부력..

물먹는 하루 2024.11.15

[수영일기] 07. 물싫어인간인줄 알았던 내가 사실 물공포증?!

개인 레슨을 한 번 받고 물에 뜨는 경험을 하고 나니 물에 대한 공포심이 한결 덜어진 느낌이었다. 실제로 바로 그 다음 날 단체 강습에 갔을 때, 맨몸으로도 뜰 수 있게 됐으니 킥판 잡고 뜨는 건 더 수월해서 열심히 발차기를 하며 유아풀을 슝슝 가로질렀는데... 수업 종료 10분 전, 선생님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자, 이제 저쪽(일반풀)으로 옮겨 봅시다." 유아풀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깊이가 약 60cm 정도에 길이도 10m가 채 안 된다. 물 위에 수평으로 뜬 상태여도 손을 아래로 내리면 바닥까지 충분히 닿을 깊이라 심리적 안정감이 있었는데, 갑자기 일반풀이라니! 수영 선배였던 언니에게 "처음 배울 때 한달 정도는 유아풀에 있었다"는 말을 들어서 2번째 수업 만에 일반풀로 가는 게 더..

물먹는 하루 2024.11.13

[수영일기] 06. 처음으로 물에 떴다!

집 근처 수영 센터에서 공사로 한달 간 쉬기 전에 미리 신규 신청을 받은 덕분에 수영 강습까지 준비물을 챙기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물론 미리 잡아둔 여행 일정이랑 접촉 사고 이후로 몸이 계속 안 좋아서 끊어 둔 재활 PT가 있어서 그런지 그 시간이 마냥 여유롭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수영 강습 신청을 (언니 찬스로) 성공하고, 단체 강습을 받기 전에 개인 레슨을 받아서 물에 뜨는 거라도 성공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도 수영을 배운 적이 없고 난생처음으로 배우는 거라 물에 뜨지 못해도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던 거 같다. 뭘 배우든 처음에 나쁜 습관이나 버릇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편이라 개인 레슨에 관심이 갔던 걸 수도 있고. 어쩌다보니 일정이 꼬여서 개..

물먹는 하루 2024.11.12

수영 전 준비(3) : 레이저 제모

부제 :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오늘 글은 TMI가 가득합니다! 읽다 그만두고 나가셔도 됩니다!) 수영은 신기한 운동이다. 운동 특성상 몸을 많이 드러낼 수밖에 없지만 역설적으로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로 이끄는. 몇 년 전부터 몸무게도 안 재고, 다이어트도 안 하고, 화장도 안 하고, 타인에게 외모 관련 말을 하는 걸 지양하려고 노력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부과되는 외적 코르셋을 많이 내려놓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수영을 시작하려 하니 걸리는 게 하나 생겼다. 바로 털. 물밖에서 빠듯하게 입어지는 정도여야 물속에서 알맞은 사이즈가 되기 때문에 수영복을 처음 입어보고 올록볼록 튀어나온 살이 보였지만 그런 건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이게 내 몸인데 뭐 ..

물먹는 하루 2024.11.10

수영 전 준비(2) : 사실 필요한 게 좀 더 있다

수영복, 수모, 수경은 없으면 수영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필수 중의 필수품이고, 쾌적한 수영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좀 더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준비물이 많으면 허들이 높게 느껴져서 곧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수영도 생각보다 필요한 게 많아서 준비하는 게 너무 귀찮았지만 옆에서 언니가 “처음에 딱 한 번만 사두면 더 살 거 없어!!!”라고 몇 번이고 염불을 외워준 덕분에 첫 수영 강습에 가기 전까지 어찌어찌 다 구비해뒀다. 너무 준비를 열심히 해서 어쩐지 바리바리 바리스타가 된 느낌이지만! 1. 샤워 용품 이건 사실 말할 필요도 없는, 수영복•수모•수경에 버금가는 필수품이다. 수영 전후로 머리와 몸을 깨끗하게 씻고 가야되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필수! 짐 늘리기 싫어서 얼굴만 폼..

물먹는 하루 2024.11.09

수영 전 준비(1) : 수영복, 수모, 수경만 있으면 돼!

(치열한 수영 강습 신청을 성공했다는 가정 하에) 수영 강습을 위한 필수품은 수영복, 수모, 수경. 이 세 가지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외에 잡다한 게 있으면 더 좋지만, 저 세 가지가 준비되면 웬만한 건 다 준비됐다고 본다. 1. 수영복, 수모 수영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시작을 막는 장벽이 있다면, 첫 번째, 수강신청하기(정말 빡세다!). 그리고 두 번째가 '수영복을 입는 것' 그 자체. 두 번째 이유 때문에 초보는 3부 수영복이나 5부 수영복으로 많이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난 처음부터 일편단심 원피스 수영복이었다. 운동을 할 때 운동복이 마음에 들고 이뻐야 흥이나는 편이라, 3부나 5부 보다 디자인적으로 선택지가 많은 원피스 말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물먹는 하루 2024.11.08

‘물싫어인간’이(었다가) 수영을?!

엄마와 상관없이 발현된 성향이 있는가하면, 엄마와 밀접하게 관련된 취향도 있다. 날것을 안 먹는다던가, 물을 싫어한다던가, 같은 것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물에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고(안 들어가고 그냥 보는 건 좋다!), 대중 목욕탕이나 워터파크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봤다. (나머지는 내일 이어서 쓰겟숴요…)

물먹는 하루 2024.11.07